top of page

​by Lee Goeun

2020, watercolor

알에서 깨어난 슬픔이 나를 떠나고

​숲에서 태어난 여자는 홀로 남았네

화가 이고은의 연작 卵(란). 그녀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자화상 위주의 인물 및 동식물, 사물의 형태를 연필로 구체화한 뒤 세필로 수십수백 번 이상 물감을 덧칠하는 독창적인 기법을 선보였다. 차곡차곡 쌓인 색채는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로 어느 작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아한 분위기를 띄며, 급격히 변하는 유행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성장했다. 2016년 이후 그녀는 크고 작은 슬픔을 겪었고, 다양한 명상과 철학을 통해 이를 극복하며 작품을 구상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마침내 그녀는 본 연작에 착수, 긴 침묵과 인고 끝에 연작 卵을 탄생시켰다.

이번 연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녀가 활동 초기부터 줄곧 선보인 작품 내면 곳곳에 엿보이던 슬픔이 숨김없이 완전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각 작품은 그녀가 지닌 특유의 미(美)를 유지하면서 눈물을 상징하는 알에서 깨어난 슬픔이 나체로 표현한 그녀의 살갗 밖으로 오롯이 표현되어 있다. 순수한 상태의 자신을 찾고 더욱 온전히 지키며 돌보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개체 또한 모두 과거 그녀가 살던 환경에서 자주 접할 수 있던 것들로 슬픈 기억을 투영하고 있는데, 과거의 기억 또한 그녀를 잠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본 연작 卵은 미완이며, 2021년 이후 다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