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SO
33 EMOTIONS
by Lee Goeun
2020, sculpture
〈TORSO〉(부제: 33 EMOTIONS)는 화가 이고은의 첫 조소 연작으로, 이번 작품 역시 그녀가 지금까지 선보인 대부분의 그림 작품의 특징과 같이 자신을 모티브로 삼았다. 선별된 서른세 점의 작품은 각 형태가 모두 다르며, 형태마다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재현해 냈다. 실제로 〈TORSO〉는 본격적 점토 작업 착수에 앞서 서른세 가지 다양한 형태와 감정을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하여 직접 모델이 되어 사진 촬영을 한 뒤 그것을 익숙한 수채화 습작을 통해 보다 몽환적 이미지로 변화시켰다. 한편 그녀가 조소 작품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석분 점토(Stone clay)로, 이를 통하여 수채화 습작으로 얻은 이미지를 각 작품에서 보이는 미세한 굴곡과 풍부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충실히 담아낼 수 있었다.
“모든 형태는 각기 다른 감정을 지닌다.”
그녀의 말처럼 〈TORSO〉는 몸의 언어로 감정의 목소리를 듣게 만든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녀가 작품에 주로 활용한 인물의 표정이나 색채를 배제한 오로지 형태와 질감으로 작품에 감정을 불어 넣었다는 점이다. 동적 형태의 작품은 물론 어깨와 허리, 골반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 팔과 다리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여느 영화나 소설에서 표현하는 열린 결말과 같은 장치로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가 제시한 감정 그 이상의 여운을 지니게 만든다. 따라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 사랑 또는 리듬의 형태가 될 수 있고 기쁨, 환희 혹은 고독, 사유의 투영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